촛불을 켜고 십자가
아래 앉으면
내 안에 출렁이던 크고 작은 파도 잠시 잠들고
얽힌 매듭 한 끝도 헐거워지고 무거운 짐
풀밭에 내려놓은 듯 한숨
돌립니다
당신 지신 십자가의 무게로 멍든 가슴
한 올 한 올 문질러 삭히며
쓸쓸한 평화에 목적시면
어디선가 귀에 익은 말씀의 구절들이 하나
둘 들려오고
나는 착한 사마리아 여인처럼 고개 떨굽니다
남몰래
아파 우는 살에 박힌 가시 하나씩
말없이 뽑아주시는 분이 이승을
마치고 영원으로 돌아가는 날도 당신께선 그 큰 무릎에 우리 뉘어주시고
말없이 한 생애 가슴에 박힌 가시 하나씩 뽑아주시리라.
우리는
푸른 초원 같은 당신 가슴에 안겨
다시는 비애도 죽음도 이별도
없는 복락원에서
영혼의 자유를 누리리라 그렇게 믿으며 나는 살아간다.
(졸작 ―`십자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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