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99년 8월 31일 화 오후 7시 20분

인터뷰 1999년 8월 31일 화 오후 7시 20분
기자 : 문은정 율리아

이번 만남은 1999년 8월 31일 화요일 저녁에 성가연습시간에 매일 나오시어 노래를 한번씩 불러주시는 신정원보니파시오 수녀님을 수녀원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약 한시간 가량 만났습니다.

문 율리아	수녀님 반갑습니다.
수녀님	네, 반가워요. 어서오세요. 어려운건 묻지 마시고요..
문 율리아	쉬운 것부터 물어 볼께요. 성가외 자주 부르는 노래 있어요? 노래방 18번이요.
수녀님	소양강처녀를 잘 부릅니다. 전에 청년회 회합시간에 한번 부른적이 있는데, 다음에 또 신청하면 언제든지 다시 불러드릴수 있습니다. 노래방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수도자들은 공공유흥장소에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노래방에 가게 된다면 신세대풍의 시끄러운 노래가 아닌 (따라가지 못함) 옛날 향수가 물씬 풍기는 '만남' 등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습니다. 하나로 청년 여러분이 원한다면 성가연습 시간에 한번 들려 드리겠습니다.
문 율리아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수녀님	3남 3녀중 넷째입니다. 가족중에 유일하게 혼자 수도자 이고요, 집안 전체가 가톨릭신자입니다. 집은 강원도 춘천이고 초중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다녔고, 수녀원 입회 전까지 그곳에 살았습니다.
문 율리아	수녀가 되겠다고 했을때 말리는 남자는 없었는지요?
수녀님	남자요? 말리는 남자가 있었다면 내가 지금 수녀가 되어 있지 않을겁니다. 저는 중학교때부터 수녀가 되겠다고 생각했왔기 때문에 미팅이나 그런 비슷한 것은 한 번도 해보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마음이 하느님에게로 쏠리면 남자가 남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때 남자애들하고 집에서 허락받고 밤을새워가며 노는 날들도 있었고, 여기저기 남자애들하고 같이 놀러다니고 했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들은 남자가 아니고 그냥 친구들이었습니다.
문 율리아	수녀님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꺼라 생각하십니까?
수녀님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나온 대답) ~현모양처요.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고, 애들 훌륭하게 잘 키우고, 행복한가정을 꾸려 나가는 그냥 평범한 주부가 되어 있을것 같아요.
문 율리아	우와! 수녀님 결혼하셨으면 남편이 정말 행복했을것 같습니다.
수녀님	히히히~ 그래요? 혹시 모르지요. 지금 말은 이렇지만, 실제는 맨날 바가지만 긁어대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문 율리아	수녀님이 되고자한 동기는 무엇입니다.
수녀님	어릴때부터 가난하지만 행복한 집에서 살아왔습니다.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중학교 2학년때에 느끼게 되었는데, 이런 행복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구나 하고 생각되더군요. '이 행복이 하느님의 은총 인데 이에 보답하는 길이 수녀가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계속 이런 생각으로 고등학교 까지 보내고, 대학에 들어가서 세상을 알게 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적도 있지만, 의식의 저변에 깔린 수도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대학 졸업한 후 1-2년 사회 생활 하다가 수녀회에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문 율리아	수녀님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요?
수녀님	1) 세례후 3년이상 2)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혼여성 3) 고졸이상의 학력 * 많은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기본적으로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문 율리아	공부 잘해야 한다는데?
수녀님	공부하려고 수녀원 가는건 아니잖아요? 가서 도를 닦는 것입니다. 공부는 수녀원에 입회해서 4년동안 공부를 하게 되요. 물론 더 하고 싶은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할 수도 있고요.10년 후에는 종신서원을 하는데, 이는 '하느님께 저를 드립니다.' 하는 하느님과의 계약이지요.
문 율리아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세요? 참을수 없이 화가날때는요?
수녀님	성당에 올라가서 앉아 있어요.
문 율리아	올라가서 기도하세요?
수녀님	아니예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있을때 기도할 정신도 없어요. 그냥 기도하지 않고 올라가서 앉아 있기만해도 시간이 흐르면 화도 가라앉고 마음이 편해져요. 또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왜 화를 냈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요.
문 율리아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어요?
수녀님	해바라기를 좋아했었는데요, 그 노래 '사랑으로' 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문 율리아	어라? 아까질문에서는 '만남'이라는 노래였는데, 다음에 성가연습시간에 수녀님 노래 두곡 부탁할께요~
수녀님	아이이~ 잘 하지도 못하는데 시키면 안되지. 가사도 다 모른단 말이에요.
문 율리아	야한 비디오는 본적 있어요?
수녀님	솔직히 한~번도 본적이 없음(엄청 강한 부정을 담은 한 마디였음.) 빨간 딱지 붙은게 성인용이라는 것도 며칠전에야 알았습니다. 수도자들은 그런걸 보지 않는데요, 특별히 보지 못하게 규정이 있는건 아니지만, 스스로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문 율리아	인터뷰에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 메뉴 입니다. 5초 이내에 대답해 주지 않으면 지어낸 말로 생각하겠습니다. (수녀님 잠깐 긴장...) 지금 제일 하고 싶은게 있다면 한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수녀님	자고 싶어요.
문 율리아	수녀님 잠이 많은가봐요? 아직 아홉시도 안됐는데?
수녀님	잠이 많은게 아니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든요.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는데 그때 일어나서 오늘처럼 바쁜날은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하니까 이시간 쯤이 되면 몸이 고단함을 느낀답니다. 그러니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문 율리아	네 수녀님, 피곤하신데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수녀님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