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절 성 년(聖年)

성년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회개하여 자신의 생활을 쇄신하고, 교회가 특별히 베푸는 대사의 은총을 받아 모두가 거룩하게 되도록 노력하는 해이다.

성년의 의미
성년은 구약시대의 희년에서 그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너희는 일곱 해를 일곱 번 해서, 안식년을 일곱 번 맞아 사십구 년이 지나서 일곱째 달이 되거든, 그달 십일에 나팔소리를 크게 울려라. 죄벗는 이날 너희는 나팔을 불어 온 땅에 울려퍼지게 하여라. 오십 년이 되는 이 해를 너희는 거룩한 해로 정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레위 25,8-10 참고).
성년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강복한 해이고 죄를 벗고 거룩하게 보내며 노예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해방정신을 실천하는 해이다.
교회에서는 교황 보니파시오 8세에 의해 1300년을 기준으로 100년에 한 번씩 성년을 지내다가 교황 글레멘스 6세는 1343년에 희년(禧年)의 주기와 같은 50년에, 교황 바오로 5세는 1500년에 25년에 한 번씩 성년을 지내도록 제정 반포하였다.

정기적인 성년 외에 특별 성년이 있다. 예컨대 1954년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 교리의 공포 100주년을 맞아 성년이 선포되었고, 1983년은 예수님의 구원사업 1950주년을 맞아 성년이 선포되었다.
정기 성년이나 특별 성년에는 대사(大赦)를 크게 베푸는 것이 관례이다.
성년은 은총의 시기이고 구원의 시기이다. 교회는 성년을 기하여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하신 구원의 은총을 보다 풍성하게 받을 수 있도록 대사를 베푼다.
순례는 세상 끝마칠 때까지 악의 세력과 싸워 가는 교회의 참모습이다. 예수께서는 12세에 부모를 따라 예루살렘에 올라가셨고(루가 2,41-42), 공생활 중에도 축일을 맞으면 예루살렘에 가셨다(요한 2,13; 5,1; 7,14; 12,12). 사도 바오로도 오순절 순례를 위해 소아시아에서 전교하다가 에페소에 들르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갔다(사도 20,16).
그러나 예루살렘은 파괴되었고 예수께서는 새로운 성전이 되심으로써 교회 자체가 성소(聖所)가 되었으며 교회의 중심인 로마를 향해 순례하기 시작하였다. 순례의 정신은 주님을 향해 여행하는 데 있고 여행 중에 기도와 희생으로 주님을 만나고 참그리스도인으로서 단련을 하는 것이다.
성년 전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먼 곳을 순례하지 않고도 교구장이 지정하는 특별한 장소를 순례하면 된다. 물론 일반적인 조건[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대로 기도함]을 채워야 한다.
성년을 반포하는 교회의 근본정신은 나태해진 신앙생활을 바로 잡는 데 있다. 즉 쇄신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세례를 받아 모든 죄의 용서를 받았지만 나약한 본성 때문에 세상에 물들어 살고 타성에 젖은 생활을 하게 된다. 이같은 타성에 젖은 생활에서 벗어나 새롭게 되고 더욱 발전하여 하느님의 자녀로서 본래의 모습을 빛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진정한 회개[참회]이다. 이 회개를 위해서 생활을 개선하고 속죄의 행위로써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

〈 우리의 생활 〉
?성년은 일생에 한두 번 밖에 없는 기회이다. 작은 노력으로 큰 은총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성년을 맞으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에 좋은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자.
?대사만 얻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보다 가치관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가치관 확립을 하면서 생활의 쇄신을 도모해야 한다. 쇄신은 죄에서 멀어지고 하느님께로 향한 생활이다. 사도 요한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는 거짓말쟁이이고 진리를 저버리는 자입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은 진실로 하느님을 완전히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1요한 2,4-5)고 하였다. 그러므로 생각과 행동이 일치된 생활을 할 때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치를 영구히 보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교회가 요구하는 순례를 떠나자. 순례 중의 묵상과 기도와 고통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회상케 하고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순례 중에 동행자들을 만나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순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교회가 베푸는 전대사를 받아 깨끗한 영혼으로 살도록 애씀이 바람직하다. 온 교회가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성년 중에 이 깨끗함은 더욱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