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일과 직무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자기 자신과 사회의 발전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해야 하고,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의 가치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일한다. 인간이 노동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것임을 깨달을 때 보다 풍요로운 삶, 보람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평생을 쓰고도 남을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축적했다 하더라도 땀흘려 수고한 대가로 먹고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깨달아야 한다. 일하지 않고 먹기만 하면 육체가 퇴화되고 균형을 잃게 되어 온갖 병을 얻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수께서는 빵 몇 조각으로 수천 명을 먹이고도 남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셨지만 목공으로서 중노동을 하셨으며 공생활 중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복음을 전파하셨고 병자를 고쳐 주시고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으셨다(마르 1,29-39).
사도 성 바오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2데살 3,10)고 말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다 반드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으나 어떠한 건전한 일을 통해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시간과 힘을 허비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있는 사람은 이웃을 위해서 일해야 하고, 이웃을 위하는 일 중에서도 가장 값지고 보람있는 큰 일은 이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예수께서는 인류의 구원이라는 위대한 일을 통해서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무한한 영광을 드리셨다. 바오로 사도는 밤에는 일을 하여 호구지책을 강구하였고 낮에는 복음을 전하였다(2데살 3,8 참고).

노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기 노동을 통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형제들과 결합되고 형제들에게 봉사하며, 또한 노동을 통하여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완성하기 위하여 협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하느님께 노동을 바침으로써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참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나자렛에서 손수 일하심으로써 노동의 품위를 높여주셨다. 따라서 충실히 노동해야 할 의무와 노동에 대한 권리가 각 사람에게 생기게 된다”(사목 67).

노동의 상호 유대성
현대는 직업이 세분되고 전문화되어 있으므로 서로 유대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한 사람이 태만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하거나 보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이 마비될 경우도 있다. 마치 세밀한 부품들로 구성된 기계가 한 부품의 고장으로 정확한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자기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사회 전체에 이바지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겠다.

일할 때의 마음가짐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 자체도 좋지만,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함께 한다는 지향을 둔다면 더욱 가치있게 될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짧은 기도[예, 성호경]나 혹은 침묵으로써 그 일의 지향을 하느님께 드려야 한다.
일하는 것은 하느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명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일을 한다면 비록 작은 일[예, 휴지 한 조각 줍는 것]이라도 하느님께 순종하는 행위가 된다.
어떠한 일에든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자신을 단련하고 자기와 세상의 죄를 보속한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일석이조의 덕을 쌓게 된다.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면 일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하자. 자신의 수고는 자기를 위한 속죄행위도 되고 또 많은 이들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것임을 생각하자.
자기가 한 일의 결과가 오래도록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더 심혈을 기울여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