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산행
(2012년9월1일)


사진제공 / 김재정 제르라르도
 
 

   
   
   

 



하느님 나라의 정상

 
글/ 이춘우 요셉

  긴장한 탓인가 5시에 모닝콜을 맞춰났는데 눈을 떠보니 창밖은 아직도 어두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체력이 많이 소진될 텐데 다시금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지만 정신은 더 맑아지고 결국 5시가 될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임 신부님의 주송으로 시작된 묵주기도 5단에 내가 등산 중 낙오되어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게 해달라는 지향을 함께 넣어본다. 충주 휴게소를 지나 달리는 차창 밖으로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 산행은 수포로 돌아가고 버스 안에서...?’ 라고 얕은 꾀를 내어보지만 이내 비는 그치고 만다.

잠시 후 국립공원 월악산 팻말이 보이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누군가가 외친다. “300m 위쪽에도 주차장이 있다던데...” 매정하게도 내리라는 주임신부님의 엄명이 떨어진다. 그저 한발자국이라도 덜 걸어보려는 심사겠지? 하나 둘 어설픈 준비운동을 마치고 남자들의 배낭에 정상에서 맛 볼 시원한 막걸리 한 통씩 넣고 드디어 출발!!

‘악산’이라 했던가? 산행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에 숨을 헐떡였다. 길 잃고 낙오되는 한 마리의 양이 없도록 나는 후위조를 위하여 책임을 자처하였다. 그러나 계단의 경사는 점점 더 심해져가고 점점 떨어지는 체력의 한계에 맞서 묵묵히 산행을 이어나갔다.

월악산 정상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까마득히 높은 절벽…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절로 ‘악’ 소리를 나게 만든다.
힘든 산행으로 뒤쳐지는 후위조를 위하위하여 ‘선두 반보!’라고 소리쳐 보아도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저 멀리 안개 사이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아마도 정상에 가까워짐이리라. 힘을 내라고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드디어 영봉(靈峰) 1097m 월악산의 정상이다. 수직벽으로 세워진 마지막 바위 암벽의 둘레만도 4㎞가 된단다. 그 위용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동안의 고생은 한순간에 모두 사라졌다. 이 어려운 산을 단 한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정상 정복의 희열을 맛볼 줄이야!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힘겹게 오르고 올라 정상에 다다르기 전 맞닥뜨린 높은 절벽에 다시 한 번 절망하고 힘겨워하는 나의 모습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쉼 없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또한 하느님 나라 정상에 오르는 길의 원동력은 견고해져가는 나의 신앙심이 아닐까 싶다.

그 길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평지가 있기도 하고 때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어둠 속을 지나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주춤거리며 힘든 행보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 하느님 나라 정상에서 천상 복락을 누릴 수 있지는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월악산 영봉을 내려왔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17,21)

  지난 9월 9일 <상봉의 샘터>에 실린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