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에서 건진 내
메추리
아버지가 메추리 새끼를 사오신 적이 있습니다. 메추리알 아시죠?
손톱보다 쪼끔 큰 거요. 새끼는 더 작습니다. 전 아직도 그때의
그 황당함을 기억합니다.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던 새끼에게 마실 물을 조금 줬습니다. 그런데
한마리가 물그릇에 빠져서 허우적대더군요. 조금만 늦었어도 익사했을
메추리 새끼를 건져 낼 뻔했습니다. 근데 그 물그릇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콜라 병뚜껑입니다.
그후로 작은 접시에다 줬지만 여전히 궁둥이가 젖어서 돌아다녔고, 젖은
털을 드라이기로 말려 줄 때면 날라가지 않게 꼭 잡아 줘야 했습니다.
영악한 닭대가리
초등학교 때 병아리 두 마리를 사왔습니다. 아주 귀엽고 예뻤지요.
친구들이 산 병아리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습니다. 그때 우리집
병아리도 죽었다면 슬프지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을 겁니다. 우리집
닭들... 정말 추하게 크더군요.
이 닭들... 아무리 집을 만들어 줘도 꼭연탄창고에 가서 자더군요.
생각해 보세요. 하얀 닭이 시커먼 연탄창고에서 뒹굴면 어떻게
될지...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우리집 대문 앞에는 어김없이
시커무르죽죽한 닭 두 마리가 놀고 있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지나가다
한 마디씩 하십니다.
"어머, 저건 누구네 닭이야?? 어이구... 흉칙해..."
맞습니다. 흉칙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동네공터에서 아주머니들이 안계실
때까지 기다리다가 들어가곤 했는데 거기서 종종 제 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우리의 귀가시간은 점점 늦어졌습니다.
제발 길이라도 잃어버리라고 간절히 바랬지만 그놈의 닭들은 길도 잊지
않고 잘도 찾아왔습니다. 아주 영악한 닭대가리였습니다.
그후 딸들의 탈선을 염려하신 어머니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선물로 닭을
주셨고 영문도 몰랐던 우리는 동네에 날리던 깃털을 주워다 책갈피에
곱게 꽂아 두었습니다.
그게 새털이 아니라 닭털인 줄 알았던 건 그날 저녁 그릇 가득히 담아
오신 닭도리탕을 보고 알았습니다. 우리 식구... 아무도 안먹었습니다.
그후로는 누구도 병아리를 사오는 일이 없습니다.
군식구
우리집 옥상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방랑고양이(도둑고양이)입니다.
처음엔 엄마가 불쌍하다고 옥상에다 밥을 조금씩 주셨습니다.
지금요?
동네 도둑고양이들은 죄다 우리집 옥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당에서
찬규랑 놀 때면 대여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앉아 모가지를 쭈우욱
빼구 내려다봅니다. 무슨 쇼 구경 온 애들 같습니다.
이것들 날이 갈수록 뻔뻔스럽고 대담해지더군요. 이제는 눈치도 보지않습니다.
우리집 옥상이 지네들 안방인 줄 압니다. 얼마 전에는 예쁜새끼도
낳았습니다. 종종 새끼의 모습도 보이더군요. --;
혹시 고양이 필요하신 분 안 계세요? 거저 드릴 수 있는데... (잡을
수만 있다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