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받으며...

- 김경희(안토니오) -

지금까지 짧지만은 않은 30년 인생을 살면서 나는 무수히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하였던것 같다.
물론 나보다 더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말이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자신과 주변의 환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나 자신의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알고자하였고, 항상 딜레마에 빠지곤 하였다. 어딘가에 있을법한 자아의 존재이유, 목적, 의미를 찾으려 고등학교 윤리책에서 배운 실존철학을 탐구하기도 하였고, 챨스 다윈의 진화론을 알게 된 이후론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나의 존재, 아니 모든 생명의 존재가 약육강식, 주어진 외부환경, 종족번식의 본능적 욕구에 의해 구성된 무미건조한 자연계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 인간사회의 많은 현상들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연한 계기로 찾게 된 성당!
하루 이틀 사제를 통하여 듣게된 하느님의 행적과 말씀이 진정으로 도덕적 양식을 찾으려는 나에게 비수와 같이 박혔다. 직장을 마치고 예비자 교리반을 들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날씨도 겨울이라 힘이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에 중도에 포기하려고도 많이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려는 열망이 더욱 강하였다.
98년 12월 20일 나는 대부이신 프란치스코 형님과 함께 세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세례를 받는다는것, 어찌보면 기름과 물을 얼굴에 바르고 뿌리는 단순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써 많은 교우들과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공동체의식 속에서 신앙생활을 보다 깊이 할 수 있고 나 스스로 하느님을 찾을 수 없는 이 순간 나는 천주교회의 일원이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교회의 울타리안에 들어왔다. 내 앞에 모셔져 있는 커다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형상. 비록 물질적으로 나무로 만들어 졌고, 단지 엎드려

도 닿을 만한 거리에 계시지만 '내 생애를 다할때까지 예수님의 형상을 한 하느님의 발가락까지라도 신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12월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닮아서인지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있다.
이토록 나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세례성사때 가족이나 친지의 축복 아니,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작은 꽃다발 하나 받지 못하는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하늘은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하느님, 이 모든 것이 다음에 만나게 될 나의 사람에게 더욱더 잘 해주라고 저에게 주시는 가르침으로 알고 다음에 결혼해서 얻게될 저의 자녀들에게는 반드시 저와 다르게 하겠습니다. 세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자그마한 소망을 빌어본다.
'하느님 아버지 오늘 저 안토니오는 하느님의 아들이 되었사옵니다. 제발 저로 인하여 아픔과 고통이 없도록 저를 인도하여 주소서. 저로 인하여 저의 주변의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고 제가 희생하여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