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를 위한 선택

사회교리란 무엇인가?

1998년은 사회 정의 실천의 해입니다. 사회의 성화는 개인이나 가정의 성화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교회의 사명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적응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신앙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표출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고 생활화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로는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기본원리 세 가지)

사회에 대한 근대적 의미의 교회의 가르침은 교황 레오 13세의 <노동헌장>이 발표된 이후 100여 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문제들에 대하여 역대 교황들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세계 주교회의 및 지역 주교회의 등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발표한 문서들이 담고있는 내용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류성이 인정되는 교의와 달리, 교회의 시대 변화에 따른 현실분석과 사목적 대응노력의 결과로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 (창세 1,26-27)라고 가르칩니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교회는 이렇게 선언한 것입니다. 오늘날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전쟁, 노동문제, 사회정의, 인권문제 등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그 해결책을 알고 싶어합니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애초에 예수님은 인간의 기본적인 직무를 사랑으로 보셨습니다. 즉 사랑의 근본인 하느님 사랑이 이웃 안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로든 교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의 생활, 즉 사회에 무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데 기본 원리로는 세 가지를 말합니다. ,그것은 인간 존엄성의 원리, 정의 또는 연대의 원리, 보조의 원리입니다. 이세 가지 원리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로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지성, 자유의지 그리고 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귀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하느님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영원한 생명으로 불림을 받았기에 귀합니다. 이러한 인간 존엄성이 실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 조건들이 바로 인권입니다. 기본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방향에서 사회제도가 질서정연하게 조직되는 경우에만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의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조건인 인권을 발견하고 밝혀 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관계속에서 권리의 충돌은 피할 수 없으나 그 충돌이 강제적으로나 인위적으로 해결되기보다 권리들 사이에 있는 원초적인 질서에 따라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 질서는 창조주가 인간의 마음속에 넣어준 것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질서를 밝히고 가르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의란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각자에게 돌아갈 것을 주는 것을 말하는데 교회는 인간관계의 형태에 따라 정의의 개념을 교환정의, 분배정의, 사회정의로 분류합니다.

교환정의는 개인간의 계약을 통해서 실현되고 주로 임금이나 노동의 양을 다루는데 비하여, 분배정의는 인간의 완성을 위해서 필요한 재산의 공정한 분배와 아울러 기회의 균등분배에 관한 것을 다룹니다. 그래서 분재정의는 국가의 정책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고 여러 가치에 관련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회정의는 재산의 공정한 분배뿐만 아니라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는 장치와 제도에 보다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의한 사회구조내지 구조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데에 그 특징이 있습니다.

보조원리란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의 기본원리 중 하나로 집단보다는 개인이 윗자리에 있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국가를 포함해서 모든 집단은 개인의 행복과 완성을 위해 조직되어 있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조원리는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을 되도록 이면 개인적인 소집단이나 중간집단이 자발적으로 해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거대한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기를 권장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조원리는 국가권력의 집중보다는 분산을 ,그리고 중앙통제식의 국가보다는 지방자치제의 국가체제를 바란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의 기본원리가 지적하는 기본 목표와 핵심가치는 선택의 자유와 평등, 재산과 품값의 공정한 분배 그리고 모든 사람의 행복과 만족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목표는 스스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실천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주께 받은 사회복음화의 사명을 깨닫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인권과 권익보호 운동, 자연보호, 생명보호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물론 소수의 신자들이 온 사회를 온전히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탈바꿈하게 하는 대는 역부족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적은 양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은총에 힘입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하는데 큰 몫을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