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교령과 칙서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도에 그쳤다. 그것은 개혁을 주도해야 할 교황들이 교회문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세속일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황들은 오스만 투르크 이슬람세력의 서구 침공에 대응하여 십자군을 조직해야 했고 이탈리아 반도 도시 국가들의 정치적 분쟁에 개입하여 중재해야 했다. 더욱이 교황들은 교회개혁을 위해 소집된 공의회가 교황권을 공의회의 권위 밑에 놓는 '공의회 우위사상'에 휩쓸릴 수 있는 위험을 걱정하였다. 

교황들은 공의회소집 요구가 교황권에 도전하는 외침으로 들릴 수 있었기 때문에 공의회소집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교황들의 개혁칙서와 공의회의 개혁교령들이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었지만 경건한 신앙인들은 조용하게 신심생활과 자선사업을 통해 영성쇄신에 노력하였다. 

평신도들은 '성예로니모형제회'(1442), '성도미니꼬형제회'(1443), '성안토니오형제회'(1495)와 같은 신심단체를 만들어 교구장 주교와 수도자들의 지도 아래 병자를 보살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면서 자기성화에 힘썼다. 

1515년에 성직자와 평신도들로 구성된 '하느님 사랑의 오라토리오회'의 회원들은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적어도 한달에 한번 고해성사를 받고 성체를 배령하며 열심히 기도하면서 병자를 방문하거나 병원에서 불치의 병자를 간호하였다. 

이 개혁그룹의 영성쇄신운동은 가톨릭교회쇄신의 원동력이 되었고 나중에 트리엔트개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루터가 교회를 떠나 프로테스탄트종교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에 가톨릭교회안에서는 영성쇄신운동이 이어졌다. '테아티노회'(1524), '바르나바회'(1530), '소마스키회'(1532)와 같은 재속성직수도회는 수도생활과 사목활동을 겸비한 새로운 모습의 수도단체였다. 

이 공동체의 회원들은 사제의 의무를 충실하게 지키면서 개인성화에 힘쓰고 신앙부흥운동을 통해서 대중신심을 강화하여 고아, 병자, 가난한 사람을 보살피는 자선활동에 헌신하면서 교회쇄신운동을 전개하였다. 아울러 탁발수도회 안에서도 쇄신의 노력이 드러났다. 

창설자의 정신에 따라 수도규칙을 글자 그대로 지켜 수도자들이 모든 소유권을 포기하고 공동생활의 회복을 주창하는 엄수파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개혁정신에 근거하여 프란치스코회에서 '카푸친회'(1525)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돋기 시작한 개혁의 싹이 자라나지 못하여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교회개혁의 요구는 교회 밖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1524년에 신성로마제국의 제후들은 '독일 안에서 자유로운 그리스도인 공의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교황이나 특사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슈파이어에서 '독일민족공의회'를 소집하였고 황제 칼 5세(1519-1559)는 한 민족이 보편교회의 문제를 다룰 수 없다며 이 공의회를 반대하면서 교황에게 교회개혁을 위한 공의회를 소집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7세(재위:1523-1534)는 공의회 소집을 망설였다. 교황은 '공의회 우위사상'의 망령이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하였다. 실제로 독일에서 제후들이 자유로운 그리스도인 공의회의 소집을 요구하였을 때 여기에는 황제와 제후들이 소집하고 주교들 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참석하는 공의회를 주장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바오로 3세(재위:1534-1549)에 이르러 공의회 소집과 교회개혁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1545년 12월 13일에 트리엔트에서 소집된 공의회는 시작부터 의제문제로 인해 둘로 갈라졌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의 주교들은 교계체제 안에 있는 폐해에 대한 개혁부터 시작하기를 원하였고 교황청과 이탈리아의 주교들은 공의회에서는 프로테스탄트 도전에 대응하여 교리문제만을 다루고 개혁은 교황에게 위임하자고 주장하였다. 

14세기부터 제기되었던 신학문제들이 공의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학자들은 루터처럼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제시할 수 있었고 이는 신학의 불확실성 시대를 초래하였다. 만일 루터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들이 제기했던 신학문제들이 확실하게 정립되었더라면 신학논쟁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1546년 1월에 양측은 개혁과 교리를 함께 다루기로 합의하였다. 

18년 동안 열린 트리엔트공의회는 세 시기 즉 바오로 3세 시대에 속하는 제1기(1545-1547), 율리오 3세(재위:1550-1555)가 속개한 제2기(1551-1552), 비오 4세(재위:1559-1565) 재위기간 중에 열린 제3기(1562-1563)로 구분된다. 1552년 1월에는 황제의 주선으로 프로테스탄트 사절들이 공의회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새로운 공의회 소집, 이미 결의된 신앙교리의 취소, 교황의 수위권 거부, 공의회 우위사상의 인정과 같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이러한 요구들은 프로테스탄트 대표들이 공의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통고였다. 그리고 1552년 4월에 루터파 기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교황은 공의회를 중단하였고 더 이상 프로테스탄트 교회들과 가톨릭교회의 대화는 있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리스도교 세계의 분열만 두드러졌다. 

공의회는 루터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들이 제기하였던 성서, 성전, 원죄, 의화, 성사, 연옥, 대사, 성인 및 성화상공경과 같은 교리에 대해 가톨릭교회의 신학적 입장을 밝힌 교령과 규율, 제도의 개혁에 관한 교령을 반포하고 1564년 1월 26일에 폐막되었다. 

트리엔트공의회의 교령은 지난날 공의회처럼 개혁교령이 사문화될 위험은 없었다. 그것은 교회의 장래를 위해 트리엔트공의회가 내놓은 개혁을 수행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교황들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비오 5세(재위:1566-1572)는 본당신부를 위해 가톨릭교회의 주요 교리와 윤리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담고 있는 교리문답서(1566)를 발간하였고 성직자와 수도자가 사용할 새로운 성무일도서(1569)를 개정하였으며 세계 가톨릭교회가 로마전례로 통일하여 사용하게 될 개정판 미사경본(1570)을 간행하였다. 

그레고리오 13세(재위:1572-1588)는 교황대사들에게 지역교회에서 트리엔트개혁을 수행하는 임무를 부여하였고 독일, 영국, 그리스와 같이 신학교에 관한 교령이 시행되기 어려운 지방의 성직자 양성을 위해 로마에 신학교를 세움으로써 로마는 교회행정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신학연구와 성직자양성의 중심이 되었다. 

식스토 5세(재위 : 1585-1590)는 로마교황청 기구를 다시 조직하였고 1590년에 불가타 성서 개정판을 발간하였다. 이로써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성서인 불가타와 하나의 전례인 로마전례로 통일된 교회의 단일성을 보여주었다. 

트리엔트개혁에 따라 지역교회의 주교들은 임지에 상주하는 의무를 다하면서 주일과 축일에는 강론을 하고 본당을 방문하는 사목활동에 충실하였다. 그들은 사제양성을 위해 신학교를 세우고 중세기에는 일정한 기간 개인 교육을 받은 다음에 사제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 주교들은 신학교에서 신학교육과 영성지도를 받은 사제 지망자를 엄격하게 심사하여 사제로 서품하였다. 

주교들은 매년 관구회의나 교구회의를 교궁 트리엔트개혁에 적용하였다. 트리엔트개혁의 정신이 철저했던 대표적 주교는 밀라노의 대주교 가롤로 보로메오(1538-1584)였다. 

보로메오 대주교는 1582년 교구행정의 개혁 내용을 담은 밀라노교서를 발간하면서 밀라노 대교구를 나누어 보좌주교들에게 실질적 관할권을 부여하였고 트리엔트개혁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지역구로 나누었다. 이러한 교구운영은 다른 교구의 쇄신작업에 길잡이가 되었다. 

트리엔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재속 사제들의 생활쇄신을 목표로 공동생활과 사목생활을 함께 하는 새로운 모습의 신심단체가 설립되었다. 1575년에 필립 네리(1515-1595)는 로마에 성직자의 지도력 향상을 위해 오라토리오회를 세웠다. 필립 네리의 오라토리오 회원들은 개인의 성화, 훌륭한 강론, 잘 준비된 전례 집전을 강조하는 사목을 중요한 임무로 삼았다. 

1611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예수 그리스도의 오라토리오회'는 성직자의 성화와 함께 신학생 교육에 헌신하였다. 이 오라토리오회를 본받아 1642년에 신학교 지도신부 양성을 목표로 한 '슈피스회'가 설립되었다. 

트리엔트공의회와 연계하여 새로운 영성이 나타났다. 이 트리엔트 영성에 따르면 가톨릭교인은 영적 완성에 이르기 위해 자기를 억제하고 개선하면서 이웃을 위해 선행을 실천하려는 열의를 갖고 있어야 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첫자리에 놓아야 한다. 

트리엔트 영성은 하느님 은총을 받는 통로인 성사생활을 강조하는 성사적 영성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은 대표적 영성이다. 이러한 트리엔트영성은 수도생활과 사회봉사활동을 겸비한 새로운 형태의 수도회를 탄생시켰다. 

'가밀로회'(1586)는 병자와 임종자들을 보살피고 '마리아방문회'(1626)는 병자간호와 소녀교육에 헌신하였으며 '자비의 자매회' (1668)는 병자간호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폈다. 

김성태(신부, 가톨릭대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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