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군주들은 트리엔트공의회 교령을 받아들이는 데에 적극적 자세를 보였고 교황청은 특사들을 통해서 지역교회에서 트리엔트공의회 교령을 시행하였으며 개혁수도회인 '카푸친회'나 신생수도회인 '예수회'는 개혁활동에 앞장섰다. 

그 결과로 폴란드는 가톨릭신앙으로 돌아왔고 남부 네덜란드는 가톨릭지방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리고 독일의 남부지역,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교황청과의 유대를 회복하였다. 아울러 교회쇄신을 이끈 트리엔트영성은 해외 선교사들의 활동에서도 구현되었다. 이제 가톨릭교회는 유럽에서 프로테스탄트에게 잃었던 교회영역을 유럽 밖의 선교에서 보충하였다. 

15세기 말부터 가톨릭 국가인 이베리아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세계탐험의 여행을 통해서 동양항로를 개척하고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여 식민지를 건설하고 정착하였다. 

당시의 서구인들이 탐험에 나서게 된 것은 귀금속, 향료와 같은 물질을 동양에서 얻으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슬람제국 때문에 육로를 통한 무역이 이루어질 수 없어 바다를 통한 무역로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1498년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하여 1510년에는 고아를 점령하였고 1542년에 포르투갈 상선이 일본에 도착하였으며 1557년에는 중국 마카오 식민지를 세웠다. 

한편 1492년부터 스페인왕실의 후원으로 인도탐험에 나선 콜룸부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였고 마젤란이 세계일주여행(1519-1522)을 통해서 필리핀을 발견한 다음 스페인은 1571년에 마닐라를 건설하였다. 

지리상 신발견과 식민지의 건설은 유럽인들이 동양과 직접 통상하려는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지만 교회는 탁발수도회의 선교사들도 탐험선에 태워 복음선포에 나섰다. 그래서 고아, 필리핀, 마카오가 유럽 통상의 중심지인 동시에 선교의 근거지가 되었다. 

교황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왕들에게 새로 발견된 지역에 성당을 건설하고 선교사와 교회를 보호할 의무를 요구하면서 교구를 설립하고 주교를 임명하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처럼 국가가 선교를 후원하는 제도는 '파드로아도' 즉 '보호권'이라고 불리웠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재위:1492-1503)는 두 탐험세력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 포르투갈에 대서양 동부지역(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파드로아도'를 부여하였고 스페인에는 서부지역(브라질을 제외한 아메리카)에 대한 보호권을 부여하였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아직도 중세기의 십자군 정신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이슬람 세력에 대항하는 전쟁처럼 한 손에 무기를 들고 다른 손에는 복음서를 쥐고 탐험에 나서 새로 발견된 지역에서 '파드로아도'를 통해서 지워진 의무보다 부여된 권리를 내세워 점령지역을 자국(自國)에 합병하고 원주민을 강제로 집단개종에 몰아넣어 그리스도교적 유럽문화에 동화시켰다. 

아울러 탐험대를 따라온 성직자들은 선교활동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고 낯선 문화의 사람들을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들은 토착민들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에 충격을 받고 토착인의 신앙을 파괴하였다. 그런데 그들에게 악마의 짓으로 보이는 토착종교를 깨끗하게 일소하고 그 위에 서구적 가톨릭 신앙을 뿌리내려야 한다고 믿었지만 토착신앙의 파괴로 원주민의 문화와 사회까지도 파괴되었다. 

스페인 '보호권' 아래에서 푸에토리코, 쿠바, 파나마, 멕시코, 볼리비아, 칠레, 페루,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서 교회들이 창설되었고 포르투갈 '보호권' 아래에서는 브라질, 콩고, 앙골라, 모잠비크, 인도, 말레이군도, 일본, 중국, 인도차이나에서 신생교회가 탄생하였다. 

'파드로아도'는 교회가 처음에 의도한 대로 선교수단이라기보다는 군사정복을 정당화시켜주는 동기를 제공하였고 식민지 지배를 위한 정치적 도구의 역할을 하였으며 선교사는 식민정치의 협조자로 보이게 하였고 선교지방의 교회를 유럽 백인의 교회로 만들었다. 

선교사들은 군사적 점령과 식민지 지배에서 나오는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하였다. 원주민들은 점령군들이 유럽에서 갖고 온 병이나 전쟁과정에서 죽고 광산의 중노동에 내몰렸다. 그리고 선교는 강력한 식민지정책이 확립되고 원주민의 토착종교가 저항하지 않는 곳에서만 성공할 수 있었으나 인도, 중국, 일본(후에 조선)과 같은 문명국가에서는 박해를 받았다. 

이렇게 식민지 정책과 유럽중심의 선교는 세계복음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 선교사들은 정착민들의 원주민에 대한 착취를 비난하였고 1537년에 교황 바오로 3세(재위:1534-1549)도 원주민들은 자유인이며 그들을 강제로 개종시켜서는 안된다는 칙서를 반포하였다. 

아울러 이제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교황청이 선교를 직접 담당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아졌다. 따라서 트리엔트개혁교황들은 선교사업에 있어서 세속군주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교황의 강력한 지도 아래에서 복음화가 수행될 수 있는 선교정책을 세워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1568년에 교황 비오 5세(재위:1566-1572)는 '비그리스도인의 개종을 위한 추기경위원회'를 구성하였고 클레멘스 8세(재위:1592-1605)는 '선교성'을 설립하였으며 1622년에 그레고리오 15세(재위:1621-1623)는 정치적 식민선교를 순수한 교회선교로 전환하기 위해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을 창설하였다. 

이로써 교황은 영혼의 목자로서 신앙을 전파하는 권리와 의무를 완수할 수 있게 되었다. 1627년에 우르바노 8세(재위:1623-1644)는 선교지방 출신의 사제를 양성하기 위해 로마에 '포교성성 우르바노신학교'를 설립하였다. 

'포교성성'은 선교지방의 교회들이 국가주도의 선교에서 독립하여 직접 교황청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 주교좌를 증설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파드로아도' 제도와 마찰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왜냐하면 교황청이 맺은 협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포교성성'은 '교황대리감목제도'를 도입하였다. 

교황대리감목은 파견된 지역에서 교구장 주교가 아니라 '명의주교'의 직책을 갖고 교황의 대리자로서 주교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고 교황청은 이들을 통해서 선교지방을 관리할 수 있었다. 

이제 가톨릭교회는 세계선교를 통해서 이름 그대로 보편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가톨릭교회가 세계복음화를 이룩할 수 있기에는 몇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먼저 포르투갈, 스페인과 같은 가톨릭국가들이 국내에서 종교분쟁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의 가톨릭신앙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한 국왕들이 탐험과 함께 선교에 나설 수 있었고 그리스도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신앙을 전파하는 데에 적극적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개혁운동을 옹호하고 이끌었던 교황들도 전교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톨릭교회 안에는 신앙을 전파하는 도구역할을 담당한 수도회가 있었다.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와 같은 탁발수도회와 '예수회'의 회원들은 순교하면서도 해외선교에 헌신하였다. 

특히 '예수회'는 신앙의 토착화라는 새로운 선교방법을 개발하였다. 1549년에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프란치스코 드 하비에르(1506-1522)는 토착문화에 순응하여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어로 복음을 전파하였다. 

1601년에 북경에 들어간 마태오 리치(1552-1610)는 중국에서 하느님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천주(天主)라는 낱말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공자(孔子)를 공경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례를 국가의식과 민간풍속으로 규정하여 중국신자들에게 허용하였다. 

1604년에 인도에 파견된 로베르 드 노빌리(1577-1656)는 힌두교인의 개종에 관심을 두고 고행생활 방식을 받아들였고 인도에서 사용되던 산스크리트어, 타밀어, 텔루구어에 정통하였다. 이처럼 '예수회' 선교사들은 선교지방의 관습과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원주민들과 의식주를 함께하면서 그들이 가톨릭신앙을 올바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하여 그들의 언어로 교리서를 번역하거나 저술하였다. 

'포교성성'은 수도회 선교사들과 평형을 이루기 위해 재속 성직자들이 선교활동에 참여토록 권장하였다.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1658년에 '파리외방전교회'가 창설되었다. 이 선교단체는 새로운 형태의 선교조직을 갖추었다. 

'파리외방전교회'는 재속 성직자로 구성된 단체로 선교와 다른 임무를 함께 수행하던 수도회와는 달리 신앙을 전파하는 임무에만 전념하였다. 그리고 이 단체는 재속사제들을 선교사로 파견하고 신앙전파의 중심은 유럽이 아니라 선교지방의 교회이기 때문에 선교지방 출신의 성직자를 양성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여 선교지에 신학교들을 세웠다. 

'예수회'가 신앙의 토착화라는 새로운 선교방법을 통해서 가톨릭교회의 세계선교에 기여했다면 '파리외방전교회'는 재속성직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모습의 선교조직을 통해서 가톨릭교회의 세계복음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김성태(신부, 가톨릭대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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