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시각에서 볼 때 '면죄부'는 잘못 번역된 용어다. 이제 대사시행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대사의 신학적 의미를 밝히면 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면죄부가 오역(誤譯)임이 밝혀질 것이다. 

초창기 교회에 있어서 사도들께서는 신자가 죄를 범하면 그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축출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죄인이 자기 죄를 고백하고 뉘우칠 때에는(Ⅰ고린 5, 3-9) 하느님께 용서를 받고(Ⅱ고린토 12, 2-10) 다시 교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또한 사도들은 교회공동체에게 죄인인 교우의 속죄(贖罪)에 동참하여 하느님께 그의 용서를 간구할 것을 권유하였다.(Ⅰ고린 5,14-16) 

여기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공동체가 기도와 고행 그리고 선행을 통해서 속죄의 고통을 받고 있는 교우들을 돕는 대도(代禱)와 대속(代贖)의 정신에 근거한 연대책임의 원칙은 대사의 길을 마련한 바탕이 되었다. 

2세기 이후로 사도들의 속죄 교훈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죄인은 죄를 고백하고 교회지도자(주교)가 부과한 기도, 자선, 고행을 통한 보속을 실천한 뒤에 화해예절을 통해서 용서받았다. 

6세기에 접어들면서 속죄관습이 바뀌어 개인비밀고백이 도입되면서 죄인은 죄를 뉘우치고 고백하고 용서를 받은 다음에 남아있는 죄벌 즉 잠벌(暫罰)에 대한 교회벌인 보속이 확정되었다. 고해신부가 보속을 부과하는 재량권을 갖게 됨으로써 보속의 완화와 대체의 관습이 도입되었다. 

더욱이 보속으로 부과된 엄격한 속죄의 방법과 오랜 기간은 신자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었고 보속을 완수하지 못한 채 죄를 짓게 되는 신자는 보속이 늘어나 보속을 끝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교회는 속죄하고 있는 신자를 위해서 오랜 기간의 엄격한 보속(고행)을 완화하는 뜻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신심행위 즉 기도, 성지순례, 성당참배, 자선과 같은 선행으로 대치하였는데 이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서 비롯된 조처였다. 

9세기에 이르러 교회 신자들의 잠벌을 사해주는 사면(赦免)의 관습이 생겼다. 이는 주교들이 '천국열쇠권' 즉 풀고 맺는 권한을 갖고 죽은 신자와 살아있는 신자의 잠벌을 용서해주실 것을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전구를 통해 하느님께 간청하던 장엄기도였는데 당사자에게는 서면 또는 인편으로 전달되었다. 

사면의 내용은 이미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은 죄에 남아있는 벌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전례성격을 띤 것이었다. 10세기에 교황들도 동일한 성격의 사면을 부여하였는데 사면을 받는 이에게 선행의 방법으로 수도원과 성당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시하였다. 

속죄의 절차가 죄고백, 보속, 화해에서 죄고백, 사죄(赦罪), 보속의 순서로 바뀐 다음 죄의 잘못과 죄의 벌 그리고 영벌(永罰)과 잠벌이 명백하게 구분되어 영벌의 대상인 죄의 잘못은 고해신부의 사죄경으로 사해지고 죄의 벌인 잠벌은 고해신부가 부과하는 보속을 통해 탕감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사는 사도시대 이후로 전승, 시행된 속죄관습에 나타난 여러가지 요소들의 복합적 표현이었다. 죄에 따른 속죄의 당연성,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의 교회, 교회공동체 구성원의 연대의식에 근거한 대도와 대속의 원리, 공동고백에서 개인고백으로의 전환, 죄의 잘못과 죄의 벌에 대한 구분, 고해신부가 사죄 후에 잠벌에 대해 부과한 교회벌인 보속,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서 나온 보속의 완화와 대체, 교황과 주교들의 사죄권 보유와 같은 교회 가르침과 정신에 입각한 주교들의 죄벌에 대한 사면, 특히 교황들의 잠벌에 대한 조건부 사면이 구체적으로 발전한 관습이 대사였다. 

11세기 초에 참된 의미의 대사가 등장하였는데 이는 고해신부가 죄고백을 듣고 사죄한 다음에 용서받은 죄에 남아있는 잠벌에 대해 부과한 교회벌의 속죄행위인 보속을 완화하기 위해 신심과 선행의 실천을 조건으로 죄벌을 사면하는 제도였다. 

1035년에 에스파냐 우르겔 교구의 주교가 관할지역에 있는 한 수도원성당에 대사를 부여하였다. 신자가 이 성당을 방문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당유지를 위해 헌금하거나 빵과 포도주와 같은 물품을 기증하는 선행을 실천하면 잠벌을 부분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대사조건으로 신심과 선행이 요구되었다. 선행은 성당과 수도원의 건립, 또는 수리를 위한 기부금 그리고 다리, 병원, 성채와 같은 공공시설의 건설을 위한 기부금까지 확대되었다. 이렇게 처음으로 등장한 대사는 한대사(限大赦)라고 불리는 부분대사로 고해신부가 부과한 보속의 일부분이 삭감되는 것으로 삭감정도에 따라 '50일대사', '100일대사'와 같이 기간이 첨부되었다. 

11세기 말에는 모든 잠벌을 없애주는 대사 즉 전대사(全大赦)가 십자군운동과 함께 등장하였고 십자군운동이 끝난 다음에는 '십자군전대사'는 '성년전대사'로 대체되었다. 

12세기에 이르러 신학자들은 대사의 의미, 가치, 효력에 대한 신학적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립하였다. 신자들이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죄악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이 필요하고 대사의 효과는 자선금의 액수나 기증품의 분량보다는 대사를 얻으려고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의 마음자세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영신적 특혜를 더 누릴 수 있는 잘못이 생긴다. 

교회는 대사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서 사죄 후에 받아야 하는 죄벌에 대한 속죄행위인 보속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통제하고 없앨 수도 있다. 쌩 쉐르의 위그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성인들의 선행의 대속적 가치를 강조하여 그리스도의 무한한 성혈공로와 성인들의 넘치는 보속공로가 교회의 보고(寶庫)에 보관되어 있으며 이 공로보화가 대사부여의 원천이 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신학적 이론은 1350년에 '성년전대사'를 반포하던 교황 클레멘스 6세(재위:1378-1389)께서 교서 '독생성자'를 통해 정식으로 인정받으면서 대사교리가 확정되었다. 그리고 교황은 맺고 푸는 권한을 지닌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서 신앙에 근거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죄를 진실로 뉘우쳐 고백하고 용서받은 신자들에게 잠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해 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대사교리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로 대사는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받은 죄의 남은 벌에 대한 사면이다. 

둘째로 교회보고에 간직된 공로는 대사부여의 원천이 된다. 

셋째로 대사를 부여하는 권한은 교황에게 있다. 

넷째로 대사를 얻기 위한 조건은 죄에 대한 참된 뉘우침, 죄의 고백, 사죄, 그리고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의 실천이다. 

오늘날 가톨릭교리는 대사시행과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사는 인간구원과정에 있어서 보조수단으로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성혈공로와 성인들의 넘치는 보속공로를갖고서 신자가 현세에서 또는 죽은 다음에 연옥에서 받아야 하는 죄의 잠벌을 없애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죄를 범한 신자가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의 잘못을 용서받고 영벌에서 벗어났지만 자기 죄 때문에 생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죄벌은 먼저 고해신부가 부과하는 보속의 실천을 통해서 덜어질 수 있다. 

아울러 보속하지 못한 잠벌은 대사를 통해서 면제받고 영혼이 정화되어 구원될 수 있다. 그리고 대사에는 부분대사와 전대사가 있으며 부분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죄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과 지정된 선행을 실천해야 하며 전대사를 받기 위한 조건은 신자가 지정된 선행을 실천하면서 모든 죄악에 대한 애착심을 버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성체를 배령하며 교황의 지향대로 기도를 바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죄부'로 오역되고 있는 대사는 잠벌을 탕감해주는 면벌(免罰)의 효과를 지니고 있기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면벌부'라고 해석해야 될 것이다. 대사는 중국에서는 '관유(寬宥), '은유(恩宥)', '사면(赦免)'으로도 번역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속유(贖宥)', '면상(免償)'으로 표기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면죄부'가 '면벌부', '대사부', '대사부여증'으로 고쳐 번역될 수 있으나 1992년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용어위원회는 '대사'라는 용어를 채택하기로 결정하였기에 교과서에서 '대사'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태(신부, 가톨릭대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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